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주식 투자자를 갈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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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겸 댓글 0건 조회 115회 작성일 22-06-17 15:23본문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주식 투자자를 갈취하는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주식이 흡사 채권 마냥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점은 이제 널리 알려졌다. 지난 십년의 대부분이 그런 환경이었으며, 실제 주식시장도 어려움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이 기간에 왜 주식 시장이 어려웠는지에 대한 분석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인플레이션 기간에 채권 투자자가 겪는 어려움은 명확하다. 화폐의 가치가 매달 하락하고 있을 때, 해당 화폐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 자산은 매력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 박사학위가 필요치 않은 간단한 논리이다.
반면에, 주식은 채권과 다른 본질을 가진다고 오랜 기간 여겨졌다. 통념상 주식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 (보호)에 가깝지 않았던가. 논리인 즉슨, 주식은 채권처럼 현금흐름에 대한 보증이 아니라, 생산 시설에 대한 지분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이런 구조 때문에 주식이 물가 상승에 발 맞추어 가치를 보존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정치인들이 화폐를 찍어내도 주식 수익에는 무방할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내가 본 핵심은, 주식의 경제적 의미가 결국 채권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 많은 투자자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안다. 채권의 수익 (이자)은 고정된데 비해, 주식의 수익 (회사의 이익)은 매해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후 전체 기업들의 수익을 살펴본다면 엄청난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주식에서 나온 수익이 상당히 일관적이었다는 점이다.
1955년까지 전후 첫 10년간 다우존스 산업지수의 연평균 자본대비 수익률은 12.8% 였다. 두번째 10년간의 수익률은 10.1% 였다. 세번째 10년간의 수익률은 10.9% 였다. 1950년대 중반부터 데이터가 있는, 조금 더 넓은 유니버스의 포츈 500 기업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1965년에 끝나는 10년 주기에 11.2%를 보였고, 1975년에 끝나는 10년 주기에 11.8%를 보였다. 특별히 14.1%의 높은 수익을 보인 1974년과, 특별히 낮은 9.5%의 수익을 보인 1958년과 1970년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평균에 근접하면서, 장부에 적히 자본과 그 수익률의 비율은 12% 언저리로 회귀하게 된다. 인플레이션 기간 혹은 물가안정기라고 해서 이 수치가 달라지는 징후는 없다.
당장은 이들 회사를 상장된 주식이 아니라 그냥 생산성을 갖춘 기업이라고만 생각해보자. 또한 이들의 주주가 장부가에 기업을 인수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주주들의 수익은 12%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익이 워낙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를 “주식 쿠폰 (채권의 이자)”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매수하고 기다리기만 하진 않는다. 그 대신에, 동료 투자자들보다 기업들의 수익에 대한 지분을 더 많이 챙겨가기 위해 이런저런 꾀를 부린다. 이런 노력은 물론 투자자 전체에겐 전혀 수익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지만, 기업 전체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하지만 자문 비용이나 거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 전체의 수익에는 상당한 마찰적 거래 비용을 일으켜 투자자의 수익 비율을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여기에 활기찬 옵션 시장 따위가 더해지면,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전혀 개선하지 않으면서 수천명의 카지노 직원에 준하는 인건비를 추가 지불해야 함으로 마찰 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또한 현실에서는 투자자들이 장부가에 주식을 살 수 없기도 하다. 장부가보다 저렴하게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투자자들은 장부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게 되고, 이는 12%의 수익률을 낮추는 강한 요인이 된다. 이 관계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한편, 핵심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면, 인플레이션이 올랐지만, 자본 수익률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주식을 사는 사람은 채권을 사는 것과 흡사하게도 고정적인 수익률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과 채권은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컨대, 채권은 언젠가 다가올 만기가 정해져있다는 점이 다르다. 만기까지 기다려야하지만, 결국 채권 투자자는 투자 계약을 재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만약 이자 수익률이 현재와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비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이자가 오를 때까지 신규 투자를 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움직임이 최근에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주식은 영원하여 만기는 무기한이다. 주식 투자자는 미국 기업 전체가 주는 수익률에 종속 당하는 셈이다. 미국 전체 기업이 12%를 벌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투자자들도 그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주식 투자자 전체를 본다면, 투자를 포기하거나 재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들의 투자비중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개별 기업은 매각되거나 청산되거나 아니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할 수도 있겠지만, 총체적으로는 신규 증자와 이익 유보율 때문에 기업 전체에 대한 자본금의 투입은 오로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채권의 1승이다. 채권의 이자(coupon)는 결국 재협상될 수 있지만, 주식의 “수익”(coupon)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주식의 12%의 수익은 재협상이 필요치 않은 매력적인 수익이긴 했지만 말이다.
전통적인 채권과 우리의 신생 12%짜리 주식의 탈을 쓴 “주식형 채권”과는 또 한가지 큰 차이가 있다.
보통의 경우 채권 투자자는 이자(coupon)를 전부 현금으로 받고 그 현금을 알아서 재투자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네 주식 투자자들의 주식 쿠폰은 일부분 회사에 유보되어 회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률로 재투자 된다. 기업들 총체로서는 12%를 벌어서 그 중 일부분은 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시 12%를 벌기 위해 재투입 된다는 것이다.
쿠폰으로 지급되어야할 수익의 일부분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이런 주식의 특징은, 12%의 수익률이 매력적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좋은 소식이 될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이 될 수도 있다. 50년대와 60년대 초반에는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채권이 3~4%의 수익 밖에 내지 못하는 기간에, 주식 쿠폰의 일부를 자동으로 12% 수익률에 재투자하는 것은 대단한 가치였다. 투자자는 자신의 자금을 신규 투자해서는 이 12%를 얻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당시 주가는 장부 가치보다 월등히 높았으므로,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본을 통해 올리는 수익률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없었다. 12% 짜리 이자의 채권을 제값보다 훨씬 비싸게 산다면 12% 이자 수익률을 전부 취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유보된 수익으로는 투자자들이 자기 자본에 대해 12%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수익의 유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부가에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이고, 당시 경제적 환경에서는 장부가는 기업의 시장가보다 월등히 저렴했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선 현금 배당은 매력이 없으나 수익의 유보는 매우 매력이 있다. 더 정확하게는, 12%에 재투자될 수 있는 유보 수익 비율이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재투자 기회의 혜택을 더 소중히 여겼고, 고로 기업을 더 비싸게 매수할 의향이 생겼다. 60년대 초에 투자자들은 성장 중인 전기 유틸리티 산업이 수익 중 높은 비중을 유보하여 재투자할 것임을 알고 아주 높은 가격을 주고 사들였다. 유틸리티 사업 중에서 영업 환경상 많은 현금 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가격이 더 저평가 됐다.
만약 이 기간 동안에 신용등급이 높고 기업이 상환 청구할 수 없으며 (non-callable) 만기가 긴 12% 쿠폰의 채권이 존재했다면, 액면가보다 아주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쿠폰 이자를 같은 조건의 채권에 액면가로 재투자할 수 있는 독특한 옵션이 달려있었다면, 더욱 비싼 가격을 형성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수익 유보율이 높은 성장주가 이런 증권이었던 셈이다. 특히나 시중금리가 4% 수준일 때 자본 수익률이 12%라면 투자자들은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 그 행복 때문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1946~1966년 구간의 투자자들은 세겹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첫번째 선물은 기업들이 금리 수준보다 월등히 높은 자본수익을 올리던 기간이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일부 수익이라도 통상적으로 불가능한, 장부가에 재투자를 할 수 있었던 점이다. 세번째는, 첫 두가지 혜택이 널리 알려지며 자본 대비 주식의 가격이 상승하는 구간을 즐겼다는 것이다. 이 말인 즉슨, 기업들이 누리던 자본 대비 12%의 수익에 더해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1946년 장부가의 133%에서 1966년 장부가의 220%까지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는 보너스 수익을 얻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가격 인상 추이는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기업들의 근본적인 자본 수익성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해줬다.
이런 지상천국 환경은 60년대 중반에 들어 대다수 주요 투자 기관들에게 마침내 “발견” 되었다. 하지만 정확히 이 거대 몸집의 금융 기관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서로를 짓밟고 들어오려던 때에, 우리는 고물가와 고금리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주식의 가격 인상 추이는 자연히 그리고 응당히 반전하게 되었다. 금리의 상승은 모든 고정 금리 채권의 가치를 잔인하도록 떨어뜨렸다. 장기 회사채의 금리가 점차 올라와서 기어이 10%를 달성해가자, 12% 수준의 주식 쿠폰과 그에 재투자할 수 있는 ‘특혜’에 대한 매력은 점점 달리 보였다.
주식은 당연하게도 채권보다 위험하다고 여겨진다. 주식 쿠폰은 장기에 걸쳐 제법 고정적이라 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론 해마다 변동적이고, 그런 변동성에 의해 투자자들의 미래에 대한 관점은 때로는 매우 잘못된 방향으로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가. 또, 주식은 만기가 무제한이라는 점에서 더 위험하기도 하다. (당신의 싹싹한 증권 중개인마저도 만약 100년채라는 것이 있어 그걸 영업할 때 차마 ‘안전하다’고 주장할 배짱은 없을 것이다) [역자주 –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100년채나 영구채가 안전하다며 유행을 타기도 했다] 추가적인 위험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 쿠폰이 채권 쿠폰보다 편안할 정도로 더 높길 기대하는데, 같은 기업들의 집합에서 주식의 12%와 채권의 10%의 차이는 솔직히 편안한 수준이라고 할 순 없다. 그 차이가 줄어들수록, 주식 투자자들은 도망칠 궁리를 시작하는 법이다.
하지만 물론, 집단으로서의 투자자들 전부가 도망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주 많은 거래를 통해 상당한 마찰 비용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인플레이션 하에서 12% 수익을 반영하는 월등히 저평가된 가격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일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채권 투자자들은 어떠한 쿠폰 이자에도 채권 시장이 폭락할 수 있음을 체험해왔다. 6%, 8%, 10% 이자도 모두 특별한 안전장치가 되지 못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투자에 쿠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그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주식의 12% 쿠폰 이자율이 정말 불변의 원칙이라고 봐야할까? 인플레이션이 영구히 높아지는 이 시기에 기업들의 자본 수익률이 높아지면 안된다는 어떤 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물론 그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미국 전체의 기업들은 원한다고 해서 수익률을 올릴 수도 없고, 설령 법으로 제정한다 해서도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 자본 수익률이 오르려면 기업들은 아래의 조건 중에 최소한 하나라도 충족해야만 한다. (1) 회전율의 증가, 즉 매출과 영업에 쓰이는 총자산의 비율이 상승하거나, (2) 저렴한 레버리지가 있거나, (3) 더 많은 레버리지를 쓰거나, (4) 소득세가 낮아지거나, (5) 매출에 대한 영업 수익률 마진이 커져야 한다.
그게 전부다. 이를 제외하고는 자본 수익률을 높일 방법은 단순히 전무하다. 이들에 어떤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자.
회전율부터 보자. 이 과정을 위해 살펴봐야 할 주요 회계 항목은 외상매출금 혹은 매출 채권 (Accounts receivable – 외상거래에서의 매출상품의 미수 대금, 받을 돈), 재고 (inventories –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고정 자산을 묶어두는 기회비용), 그리고 공장이나 기계 등의 고정자산이다.
외상매출금은 매출(sales)이 늘어남에 따라 비례적으로 늘어난다. 매출 상승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격 인상 덕분이었건, 매출 물량 자체가 늘어나서였건 무관하다.
재고에서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장기적으로는 유닛 당 매출과 유닛 당 재고는 같은 추세를 탈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병목 현상이나 비용 예측 등으로 인해 물리적인 회전율은 이리저리 휘둘릴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간에 LIFO (Last-in, first-out – 후입선출, 제일 나중에 기록된 재고 가격이 제일 먼저 반영되는 회계 처리) 재고 자산 평가를 사용하면 회전율이 더 높게 반영된다. 매출액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증가하는 기간에, LIFO 를 이용한 재고자산 수준은 유지되거나 (판매량 자체가 늘고 있지 않다면) 아니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판매량이 늘고 있다면). 어느 쪽이든 회전율 자체는 증가한다.
70년대 초반에는 기업들이 회계이익을 줄이고 세금을 낮출 수 있는 LIFO 회계 방식으로 많이 전환을 하였다. 이런 추이는 최근에 느려지긴 했지만, LIFO 를 적용하는 기업들이 이미 많은데다가 조금 더 추가되는 양상을 보일 테니, 기업들의 전체 회전율은 높아질 예정이다.
고정 자산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모든 제품에 동일한 물가 압력을 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초기에는 회전율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이다. 고정 자산의 가격 상승은 고정 자산을 폐기하고 새것으로 신규 구매하기 (대체원가 반영) 전까지 변동이 없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데 비해, 매출은 즉각적으로 물가 상승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로, 한 기업이 고정자산을 천천히 교체 할수록 회전율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회전율 상승은 일시적이어서 한번의 교체 주기가 완료되면 끝나버린다. 물가 상승률이 일관적이라면, 매출과 고정자산의 가격은 물가 상승률과 동행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인플레이션은 회전율에 조금의 기여를 할 것이다. LIFO 덕에 어느 정도의 상승은 확정적이고, 만약 물가 상승률이 가속한다면 매출이 고정자산 가격을 앞지르는 구간 덕에 추가 회전율의 상승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회전율 개선은 크지 않을 것이고, 자본 수익률에 의미 있는 개선을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 1975년에 끝난 10주기 동안 물가 상승은 가속했고 LIFO 회계처리는 널리 적용되었음에도, 포츈 500 기업의 회전율은 1.18/1 에서 1.29/1 밖에 상승하지 못했다.
더 저렴한 레버리지? 가능성이 낮다. 물가 상승기에는 대출 금리가 상승하지 반대로 하락하진 않는다. 물가 상승이 맹렬해질수록 대출에 대한 수요도 맹렬해진다.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선 장기 계약을 더 불신하게 되고, 더 높은 조건을 요구한다. 하지만 금리가 추가로 상승하지 않더라도 레버리지는 더 비싸질 예정이다. 현재 기업들이 보유한 대출의 금리가 현재의 금리보다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출의 연장이나 교체 시에 이자 비용이 상승하는 효과가 생긴다. 현재의 대출 만기가 다가오며 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레버리지 가격의 상승은 자본 수익률에 살짝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많은 레버리지? 미국 기업들은 이미 사용 가능한 레버리지 선택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편이다. 이에 대한 증거로, 1975년에 끝나는 20주기 동안 포츈 500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자본의 비율이 63%에서 50%로 떨어졌다. 달리 말하면 예전보다 자본 당 부채비율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재무적 상황의 아이러니는 수익성이 좋고 신용이 좋은 기업들이 대체로 대출도 적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나쁜 기업들은 레버리지를 끝없이 필요로 한다. 자금 대여자 입장에선 이 문제를 10년 전보다 월등히 잘 이해하게 되었고, 고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저수익성 기업들이 레버리지 비율을 한도 끝도 없이 늘리는데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건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자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욱 많은 레버리지를 사용할 것이 확실하다. 해당 기업들의 경영진은 동일한 수준의 매출을 내기 위해서도 엄청난 양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인플레이션 하에서 기업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배당 삭감이나 유상 증자를 최대한 피하면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니 이자 비용을 무시한 부채 발행으로 향하는 것이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마치 유틸리티 기업들이 60년대에는 1/8% 에도 민감하게 굴다가 74년에는 12%의 금리에도 감지덕지하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금리에서 부채를 늘리는 것은, 60년대 초반에 4% 금리에 부채를 늘리는 것 대비 자본 수익률의 개선엔 효과가 낮을 것이다. 또한 부채 비율이 늘어나면 신용도가 하락하여 추가적인 조달 비용의 상승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결국 지금까지 논의한 것에 더해 이 또한 레버리지의 비용이 높아지는 부분이다. 총체적으로 보면, 레버리지의 비용이 높아진 부분이 더 많은 레버리지를 쓰는 부분을 상쇄할 것으로 본다.
추가로, 이미 미국 기업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들은 현재의 직원들이 은퇴할 때의 임금에 맞춰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퇴직연금 부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률이 낮던 1955~1965년 기간에는 이 부채들의 추정이 비교적 간편했다. 현재는 그 누구도 특정 기업의 퇴직연금 부채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가 상승률이 7%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현재 $12,000 을 받는 25세의 직원이 물가 상승률만큼만 임금을 인상한다 해도 65세에는 $180,000 을 받아야할 것이다.
물론 기업의 연간 재무제표에는 아름답도록 정교한 퇴직연금 부채에 대한 계산이 담겨 있다. 만약 그 계산이 실제로 정확했다면, 기업은 그 부채를 역산해서 현재 보유 중인 연금 자산과 합친 다음에 보험사에 모든 퇴직금 납입 의무를 넘겨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보험사들이 그런 제안을 논의하는 것조차 거절할 수준으로 예측성이 낮다.
미국 기업의 재무 종사자 중에는 “물가 연동형 채권”을 발행한다고 하면 기겁할 사람이 많다. 상환 청구가 불가능하며 (noncallable) 쿠폰 이자율은 물가 인덱스에 연동된 채권 말이다. 그러나 사적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서 미국 기업들은 그와 사실상 동일한 채권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발행해버린 셈이 되었다.
전통적인 부채가 됐건 장부에 적혀 있지 않은 연동형 “퇴직 연금 부채”가 됐건, 이런 추가적인 레버리지는 주주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받아 들여야할 부분이다. 부채 없이 12%를 창출하는 기업이, 목끝 까지 차오른 부채를 통해 같은 수익률을 내는 기업보다 한참 더 우월하지 않겠는가. 이는 오늘날의 12%가 20년 전의 12%보다 가치가 적을 수 있단 뜻이다.
더 낮은 소득세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이미 Class D 라고 할 수 있는 주식을 사고 있다. Class A, B, C 주식은 말하자면 연방, 주, 시 정부들이 이익에 대한 세금을 떼어가는 주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투자자’들은 기업의 자산에 대한 소유권한이 없는 것은 사실이나, 이익에 대한 막대한 양의 비중을 가져갈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심지어 Class D 투자자가 가져야할 수익을 기업 안에 유보해서 일으킨 재투자 수익률에 대해서도 다시 비중을 떼어간다.
Class A, B, C라는 아름다운 주식의 추가적인 매력이 있는데, 바로 기업의 수익에 대한 즉각적이면서 막대한 양의 추가 배당을 아무런 주주결의 없이도 아무렇게나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Class A 라면 의회에서 세율을 조정하여 이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더욱 신나는 상황은 이런 종류의 주주들은 때론 주식 비중을 과거로부터 소급 적용해서 증가시키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975년에 뉴욕에 있던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체험했다. Class A, B, C의 주주들이 기업의 지분을 높인다고 스스로 투표를 해버리면,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갖는 Class D의 비중은 줄어들어 버린다.
전망을 해보자면, A, B, C 주식을 들고 통제하고 있는 이들이 장기적으로 스스로의 비중을 낮출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Class D 주주들은 비중을 지키기 위해 고생을 할 것이다.
자본 수익률을 높일 다섯가지 요소 중에 마지막은 매출에 대한 영업 수익률 마진의 증가이다. 이 부분이야 말로 낙관론자들이 큰 기대를 하는 분야가 아닐까. 그들이 틀렸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매출 1 달러를 형성하는 100 센트는 세전 순수익이 남기까지 나눠줘야 할 대상이 참 많다. 임금, 원자재, 에너지, 그리고 여러 비소득 과세들이다. 이런 비용들의 중요성은 인플레이션 구간의 특성상 줄어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의 통계적 증거를 보면, 인플레이션 구간에 마진이 커지리라는 기대는 전혀 충족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1965년까지의 10주기 중에 Federal Trade Commission 의 제조업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 대비 세전 마진율은 8.6% 수준이다. 1975년까지의 10주기를 보면 평균 마진은 8%이다. 달리 말하면,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높았던 기간임에도 마진율은 떨어졌다.
만약 기업들이 교체 비용에 비례하게 상품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인플레이션 기간에 마진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스스로 시장 지배력을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체원가를 감안하면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기업은 대부분의 경우 마진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원유, 철강, 알루미늄 산업들이 정말로 과점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의 가격 정책이 이토록 제한적인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한 일이다.
이렇게 다섯개의 요소를 정리해보았다. 나의 분석에 의하면 이 중 하나도 인플레이션 기간에 기업의 보통주 자본 (equity – 자본 혹은 주식) 수익률을 크게 개선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은 같은 계산 후에 나보다 훨씬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12%의 자본 수익률은 오랫동안 유지된 숫자라는 것을 기억해주시라.
여러분이 이 12%의 자본수익률이 변치 않으리란 점엔 일단 동의하더라도 주식으로 향후 수익을 낼 희망은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많은 투자자들이 그 수익률만 가지고도 오랜 기간 주식 투자 수익을 올려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분의 미래 수익은 세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 주식의 장부가치와 시장가격의 관계, 세율, 그리고 물가 상승률이다.
우선 주식의 장부가치와 시장가격의 수리적 관계에 대해 조금 파고 들어 보자. 만약 주식이 항상 장부가치에 거래되고 있다면, 모든게 간단하다. 만약 특정 주식의 장부가치가 $100인데 시장의 평균 가격도 $100이라면, 12%의 자본 수익률은 투자자에게도 12%의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일단 거래비용 등 마찰비용은 잠시 무시하자). 만약 배당 지급율이 50%라면, 우리의 투자자는 $6는 배당으로 받고 추가 $6는 기업의 장부가치 상승을 위해 유보할 것이며, 이는 즉각 시장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만약 주가가 장부가격의 150%에 거래되고 있다면, 그림은 바뀐다. 투자자는 똑같이 $6 의 배당을 받겠지만, 이는 전체 비용 $150에서 4%의 수익 밖에 되지 않는다. 장부가치는 여전히 6% 상승해서 $106이 될 것이고, 주식의 시장가격도 일관성 있게 장부가격의 150%를 반영한다면 똑같이 6% 상승하여 $159가 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의 총수익은 자산가치 상승과 배당률의 합으로서 10% 밖에 안될 것이다. 이는 기업이 일으키는 12%의 수익보다 낮다.
만약 투자자가 장부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산다면, 이 과정은 반대가 된다. 예컨대 주식이 장부가의 80%에 거래된다면, 같은 가정속에서 배당률 7.5% ($80에서 $6 배당)와 6% 가격 상승을 통해 13.5%를 벌게 된다. 달리 말하면, 상식에 부합하게도, 저렴하게 사는 것이 비싸게 사는 것보다 결과가 좋다는 것이다.
전후의 다우존스 산업지수의 시장 가격은 적게는 84% (1974년) 부터 많게는 232% (1965년) 사이였고 대체로 100% 보다 훌쩍 위였다. 미래에는 이 비율이 100% 수준이라고 가정하여 투자자들이 자본 수익률 전체인 12%를 벌 수 있다고 해보자. 최소한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제외한다면 그 수준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세금은 12%의 수익에서 얼마를 떼어갈까? 개인은 대충 연방, 주, 시 소득세가 대략 배당에 50%, 자본소득에 30%쯤 작용한다고 가정하면 합리적일 것 같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세율이 이보다 낮겠지만, 지분이 더 많은 투자자들은 이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낼 것이다. 최신 세법에 따르면 세율이 높은 도시의 고소득자는 자본소득에 대해 56%까지도 과세할 수 있다.
그러니까 50%와 30%를 평균이라고 가정해보자. 또한 최근의 경험상 기업들은 12%의 자본 수익률에 대해 5%를 현금 배당으로 지급하고 (2.5% 세후 수익), 7%를 유보하는데, 이는 30% 세율로 세후 수익률 4.9%이다. 그렇다면 전체 세후 수익률은 7.4%가 된다. 마찰 비용을 조금 더한다면 아마 7% 정도로 내려올 것이다. ‘주식으로 분장한 채권’의 비유를 조금 더 활용해보자면 주식은 일반인들에게 비과세의 7% 영구채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플레이션을 접목해보자. 인플레이션이 어찌될지에 대한 답은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 저곳에 미세한 조정만 잘 가해도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은 훈련된 물개처럼 손쉽게 움직일 것이라 기대했던 정책 입안자, 경제학자, 주류 평론가들 모두 사실은 답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징후는 많다.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 우리 사회의 주요 세력들이 투표권을 행사해서 경제적 문제를 풀기보단 다른 그룹에 문제를 떠넘기려고 하는 경향. 에너지나 핵 문제 등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하다면 차일피일 해결을 늦추려는 경향. 실제론 장기적 고통을 배가시키고 있음에도 단기적인 혜택을 창출하는 듯 보이는 의원들에게 재선이라는 포상을 주는 정치 시스템 등이 있다.
정치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창출하는 정책에는 단호하게 적극적이다. (이런 조현병이 그렇다고 현실감각을 무디게 하진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퇴직연금만큼은, 민간 기업들의 대부분의 퇴직연금과는 다르게, 물가에 연동되도록 정해놓았다.)
미래 인플레이션에 관련한 담론은 주로 정밀한 재정 정책 혹은 화폐 정책 이야기로 흐른다.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들이긴 하다. 하지만 평화 시기의 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문제이기 보단 정치적 문제이다. 화폐의 특성보다는 인간의 특성이 핵심이다. 그리고 아주 인간적인 정치인들이 다음 세대와 다음 선거 사이에서 갈등할 때, 대체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는 짐작 가능하다.
이런 보편적인 일반화가 정확한 수치를 도출하진 않지만, 내 의견은, 미래에 물가 상승률이 평균 7% 정도가 유지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예측이 틀리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충분히 틀릴 수도 있다. 예측이란, 대개 미래의 특징보다는 그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의 특징을 말해주는 경향이 있잖은가. 여러분 스스로 물가상승률을 추정해서 투자 수익률을 산출해봐도 좋다. 하지만 여러분이 2~3%의 물가상승률을 예측하고 있다면, 나와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점은 미리 말해두겠다.
자, 이것이 결론이다. 세금과 인플레이션 전에 12%의 수익, 세후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에 7%의 수익, 그리고 어쩌면 세후 인플레이션 후 0%의 수익. 사람들이 박수 치고 일어설 그런 수익률은 아니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로서 여러분은 더 많은 현금을 가지게 될 것이지만, 구매력은 늘지 않을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한 푼을 아끼는 것이 한 푼을 버는 것”의 시대는 가고, 밀턴 프리드먼의 “현금을 투자하기 보단 소비해버리는게 나을지도 모른다”의 시대가 온 것이다.
산술적으로 살펴본 결과, 인플레이션은 우리 정책 입안자들이 만드는 어떠한 세금보다도 더 높은 세율임이 명확하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은 모두의 자금을 녹여버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5%의 이자소득으로 살아가는 미망인한테는, 이자에 대해 100%의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나, 세금은 없지만 5%의 인플레이션 시대에 살게 하는 것이나 결과는 같다. 어느 쪽이건 그녀는 아무런 실질 소득이 없는 수준의 ‘세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모든 돈은 원금에서 빼서 써야만 한다. 그녀는 120%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면 터무니 없다고 여기겠지만, 6%의 인플레이션이 경제적으로 같은 효과임은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물가상승률 가정이 실제로 비슷하게 이뤄진다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시장이 하락해서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상승하면서도 실망스러운 실질적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달 다우존스 지수는 920이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55포인트 상승을 뜻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맞춰 조정을 해보면, 다우존스 지수는 사실상 345포인트가 하락한 셈이다. 실질 지수는 865에서 520으로 빠진 것과 다름 없다. 게다가 이 결과는 다우존스 지수에서 발생한 자본 수익의 절반 정도를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재투자해서 만들어낸 결과다.
십년 후, 다우존스는 자본수익률 12%, 40%의 배당 성향, 그리고 현재와 흡사한 110%의 장부가 대비 시장가격만으로도 가격이 두배 오를 것이다. 그러나 7%의 물가상승을 겪는다면, 투자자들은 설사 1800 포인트에 주식을 팔게 되더라도 세후 수익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다.
이런 비관적 생각에 대해 여러 투자자들이 뭐라 생각할지 그려진다. 새로운 시대에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그들은 어떻게든 혼자서만 초과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리고 투자자 전체로선 물론 불가능하다. 여러분이 만약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 사이로 주식을 사고 팔아 춤추듯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면, 나는 당신의 파트너가 아니라 당신의 거래 수수료를 받는 증권 브로커가 되고 싶다.
연기금이나 대학기금처럼 소위 비과세를 누리는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이라는 세금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나의 7% 인플레이션 예측이 들어맞는다면, 대학의 재무 담당자는 연간 7%의 수익을 내더라도 기금이 구매력 차원에선 제자리 걸음을 했을 뿐이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기부금 펀드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쳇바퀴를 탈출하기 전까진 한푼도 못 버는 셈이다. 만약 이런 ‘비과세’ 기관들이 7%의 인플레이션 구간에서 8%의 수익을 올린다면, 사실상 87.5%의 소득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불행히도, 높은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고통은 투자자가 아닌 사회 전체에게 가해진다. 투자 소득이란 국가 전체 소득의 아주 작은 일부이기에, 0%의 투자소득에도 만약 인구당 실질 소득이 건전하게 성장한다면,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좋은 일일 것이다.
시장 경제란 참여자들에게 불공평한 보상을 만들기도 한다. 타고난 성대, 해부학적 특성, 육체적 근력, 혹은 정신적 역량 등이 미래 국가 전체의 생산물에 대한 엄청난 지분(주식, 채권, 혹은 다른 종류의 자본)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조상을 잘 선택하는 능력이 있다면 태어날 때부터 이런 지분을 평생 쓰고도 넘칠 정도로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투자 수익률이 0%가 되는 상황이 국가 전체의 생산력에 대한 지분을 위와 같은 투자자가 아니라 부지런하고 명예로운 일반 시민들에게로 이전할 수 있다면야, 굳이 그 공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내가 이렇게 비난하여 천벌을 받을 위험을 무릅 쓸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유한 주식 투자자의 피해를 토대로 일반 근로자의 실질적인 복지가 이뤄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이미 근로자의 임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이 주식 배당액의 28배에 달하고, 이러한 배당들도 상당 부분 연기금, 대학 등의 비영리 기관, 그리고 부유하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에게로 향한다. 그러니 만약 부유한 투자자들의 모든 배당을 빼앗아 임금으로 전환한다면, (물론 이런 행동은 마치 소를 죽이는 것처럼 단 한번하면 끝나는 정책이지만) 실질 임금의 상승은 단 한해의 경제성장율보다도 낮을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상승을 일으켜 부유한 사람들의 투자 자산을 줄이는 것은,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임시적으로도 의미 있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경제적 행복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 만큼 함께 움직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 영향은 좋지 않을 것이다.
현대적인 생산 시설에 투입된 자금의 거대한 실질 수익이 이뤄져야, 거대한 규모의 경제적 행복도이뤄지는 것이다. 모든 산업에 걸쳐 아주 비싼 신규 생산 자산의 투입이 지속적이고 또 추가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 엄청난 근로자의 공급이나, 엄청난 소비자의 욕망이나, 엄청난 정부의 약속이나, 위와 같은 실질 자본의 투입이 연동되지 않으면 엄청난 짜증으로만 이어질 따름일 것이다. 이런 공식은 로커펠러 가문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도 잘 이해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서독이나 일본에서 놀라운 성공을 보이고 있는 공식이다. 빠른 자본의 축적은 우리보다 훨씬 높은 생활 수준을 달성하게 해줬다. 우리가 훨씬 강력한 권력을 즐겨왔음에도 말이다.
실질 자본축적에 인플레이션이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수학이 필요하다. 위에 설명한 12%의 자본 수익률은 생산 시설의 교체를 위한 회계적 감가상각을 처리한 후의 수익이다. 그러나 미래의 교체 혹은 대체 비용이 현재의 시설비와 동일한 것을 가정하고 있는게 문제다.
대략 수익의 절반을 배당한다 치고, 6%가 자본에 유보되어 미래의 성장을 위해 쓰인다고 해보자. 만약 인플레이션이 2% 정도로 낮은 상태라면, 그 성장의 큰 부분이 실질 성장으로 이어지고 물리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2% 정도는 매출채권과 재고, 그리고 올해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 자산 투자에 들어갈 것이고, 4% 정도가 더 많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시설 투자 자본으로 쓰일 테니까 말이다. 2%는 인플레이션을 지불하는 셈이고, 4%는 실질 성장에 투자하는 셈이다. 여기에 인구가 1%씩 성장한다면, 4%의 실질 생산은 3%의 인구당 순수익 증가로 환산된다. 이것이 아주 대략적인 우리 경제의 설명이었다.
이제 7%의 인플레이션으로 수치를 상향조정하고 인플레이션에 지불할 금액을 제한 나머지 실질 성장을 계산해보자. 배당률과 부채비율이 동일하다면 답은 0%이다. 12%의 자본 수익 중 절반을 배당한 다음, 나머지 6%를 가지고 작년과 동일한 생산 물량을 판매하는데 모든 비용을 다 사용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배당 후 미래의 물적 증설을 위한 실질 유보 자금이 하나도 남지 않을텐데, 이들은 변칙을 생각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주주들의 분노를 사지 않고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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